[에이지테크 리포트①] 돌봄 로봇만 떠올렸다면…‘에이지테크’는 이미 일상에 들어왔다
AI·웨어러블부터 주거·금융까지 영역 확대 화려한 기술보다 ‘생활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가’가 관건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습니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셈입니다. 국가데이터처는 이 비중이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일상이 되면서 함께 주목받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에이지테크(AgeTech)’입니다. 에이지테크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AI 돌봄 로봇이나 낙상 감지기,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이들 역시 에이지테크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최근 에이지테크가 다루는 영역은 이보다 훨씬 넓어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것을 넘어 운동을 돕고, 집 안의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한 교육이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까지 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고령자를 위한 특정 기기에서 시작했던 기술이 시니어의 일상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돌봄에서 ‘생활’로 넓어지는 에이지테크
에이지테크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기술이 적용되는 영역입니다.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에이지테크 실증사업을 보면 건강·헬스케어뿐 아니라 운동·재활, 안전·돌봄, 인지·정서, 교육, 영양, 사회참여·일자리, 금융 등 시니어 생활 전반이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고령자가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기술에서 벗어나 평소 생활을 지원하는 기술로 범위가 넓어진 셈입니다.

지난 9월 9~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글로벌 에이지테크 포럼 in 부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포럼에서는 데이터와 AI, 웨어러블을 활용한 돌봄부터 AI·XR 융합 기술, 시니어 라이프 변화와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각각의 기술보다 이를 바라보는 방향입니다. 기술이 고령자의 부족한 부분을 대신하는 데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생활을 유지하고 필요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 밖 ‘일상’을 읽기 시작한 기술
기술이 활용되는 장소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LG U+ 이종수 책임은 포럼에서 ‘보이지 않는 일상을 건강의 언어로: 라이프로그 기반 시니어 돌봄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긱스로프트 이성욱 대표는 AI와 XR, 웨어러블 기술의 에이지테크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습니다.

기존의 건강관리는 몸에 이상을 느끼거나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뒤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웨어러블이나 각종 센서로 평소 생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얼마나 움직였는지, 수면이나 활동 패턴에는 변화가 없는지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통해 이전과 달라진 점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 문제가 생긴 뒤 사용하는 기술에서 일상 속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기술로 역할이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에이지테크가 병원이나 요양시설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생활하고, 이동하고,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는 평범한 하루가 기술이 활용되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에이지테크는 어디에서 판가름 날까
하지만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고 해서 모두 생활에 자리 잡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적용됐는지,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만으로 좋은 에이지테크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사용 과정이 복잡하다면 사용자가 오히려 기술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기존 생활방식과 맞지 않거나 사용자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뛰어난 기술도 계속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에이지테크에서는 실제 생활환경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기업의 에이지테크 제품과 서비스를 시니어가 생활하는 공간에 적용해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주거시설이나 복지시설 등 실제 수요처에서 기술을 사용해 보고, 이용자의 반응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시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실에서는 잘 작동했던 기술이 실제 생활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불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얼마나 새로운 기술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됩니다. 누가 사용하는지,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지, 기존 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불편을 줄이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현재는 스마트워치를 차거나 특정 기기를 작동해야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앞으로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 생활환경에서 수집될 수도 있습니다. 집 안의 센서가 평소와 달라진 움직임을 확인하고, 웨어러블이 작은 신체 변화를 감지해 건강 이상을 더 일찍 알려주는 모습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노후생활은 그만큼 편리하고 안전해질까요, 아니면 새로운 불편과 고민도 함께 생겨날까요? 에이지테크가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단순히 더 뛰어난 기술을 구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이 기술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라이프로그와 웨어러블, 센서와 AI는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일상의 변화를 어떻게 읽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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