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건강보험료 폭탄 피하기 : 연금소득 1200만 원의 비밀

문유정 기자

▶필자 소개

예전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퇴직 후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있었습니다. 입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별생각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회사도 그만두었는데 어떻게 할 거냐”였던 것 같습니다. 이마저도 무시하고 지내던 어느 날, 결국 공단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또 한 번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향후 입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그때 가면 납부가 될 거라고 하니 그제야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항목들이 있겠지만 은퇴자들이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지출은 아마도 ‘건강보험료’일 것입니다. 주변의 선배님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건보료 폭탄’이라는 말을 많이들 사용하십니다. 그만큼 예민한 이슈인 것입니다. 은퇴 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순간, 소득뿐만 아니라 주택 등 보유 자산까지 기준으로 건보료가 산정되기 때문에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가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회사에서 절반을 지원해 줘 대략 15만 원 정도 납부하던 직장가입자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순간 아파트와 중형 승용차 1대만 있어도 대략 30만~50만 원 수준으로 급등합니다. 이 때문에 은퇴 후 노후 자금의 핵심인 ‘사적연금(연금저축 및 IRP)’을 수령할 때도 세금뿐만 아니라 건보료와 소득세 합산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연금소득 기준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불필요한 세금 및 제도적 리스크를 피해 가는 ‘월 수령액 쪼개기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사적연금과 건강보험료의 관계: 오해와 진실

많은 은퇴자들이 “사적연금(연금저축·IRP)을 많이 받으면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현재 건강보험료 산정 시 소득에 반영되는 것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소득’입니다. 반면, 개인이 세제 혜택을 받으며 납입해 온 ‘사적연금(연금저축·IRP)’은 현재 건보료 부과 대상 소득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적연금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건강보험료가 인상되거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적연금 수령액은 건보료가 아닌 ‘소득세법상 과세 방식(종합과세 vs 분리과세)’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되므로 전체 세금 관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세금의 분기점, 연간 1200만원(현재 기준 1500만원)의 법칙

사적연금 수령액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회자되는 기준은 연간 수령액입니다. 과거에는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간 1200만 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전액 종합과세 대상이 됐으나, 제도가 개선된 현재는 연간 1500만 원 이하인 경우 저율의 분리과세(3.3~5.5%)를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연간 1500만 원 이내 수령 시 연금소득세율(3.3~5.5%)로 분리과세가 적용돼 세금 부담이 매우 가볍습니다. 반면 연간 1500만 원 초과 시에는 분리과세(16.5%)를 선택하거나,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최고 세율까지 적용되는 종합과세 중 유리한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만약 세전 기준으로 연간 수령액이 이 기준을 단 1원이라도 초과하게 되면 전체 금액이 과세 대상 판정의 도마 위에 오르므로, 통장에 찍히는 ‘세후 금액’이 아니라 반드시 ‘세전 연간 수령액’을 기준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피부양자 자격을 지키기 위한 '월 수령액 쪼개기' 전략

사적연금 자체는 건보료 직접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자칫 다른 소득(금융소득, 임대소득, 사업소득 등)과 맞물려 연간 합산 종합소득이 기준선(현재 피부양자 유지 기준인 연 2,000만 원 등)을 넘어서게 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아픔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를 피해 가기 위한 전략은 ‘월 수령액 쪼개기 및 인출 기간 분산’입니다.

연간 총수령액 한도를 고려해 은퇴 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액과 기타 금융소득을 먼저 계산한 뒤, 사적연금 수령액이 세전 기준 연간 한도(1,500만 원)를 넘지 않도록 매달 받는 금액을 역산해 설정합니다. 일시금으로 목돈을 받거나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받으면 과세표준 구간을 급격히 높이게 되므로, 수령 기간을 10년 이상 길게 늘려 매월 균등하게 나누어 받는 것이 세금과 소득 분산 면에서 가장 유리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은 새로운 자산을 증식하는 시기가 아니라, 평생 모은 자산을 얼마나 새는 부분 없이 알뜰하게 지키며 사용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연금계좌의 과세 기준과 소득 합산의 허를 치밀하게 파악하고 월 수령액을 조절하는 작은 습관이야말로, 건보료와 세금 폭탄으로부터 나의 소중한 노후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최고의 방패가 될 것입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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